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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천연가스관 노르트스트림1·2의 전체 4개 수송관 중 3개에서 대형 가스 누출 사고가 이틀 사이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 2011년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이 개통된 이후, 이번처럼 누출 사고가 한꺼번에 발생한 건 처음이다. 특히 가스 누출 당시 파이프 인근에서 강력한 폭발이 감지된 것으로 알려져 이번 사고가 불순 세력의 도발 또는 공격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서방과 러시아는 서로 상대방이 ‘범인’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이 수송관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 앞으로 상당 기간 작동이 어려울 전망이다.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을 운영하는 노르트스트림AG는 27일(현지 시각) “전날 새벽부터 오늘 저녁 사이에 발트해 바닥을 지나는 수송관 3곳에서 가스 누출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26일에는 덴마크 해상교통 당국이 자국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노르트스트림2에서 가스 누출을, 27일에는 스웨덴 해상교통국이 노르트스트림1의 자국 및 덴마크 EEZ 구간에서 1건씩 2건의 누출을 확인했다. 노르트스트림AG는 “가스관 3곳에서 동시에 문제가 생긴 전례가 없다”며 “언제 복구가 가능할지 예측조차 힘들다”고 밝혔다.
사고 발생 지점에서는 대량의 가스가 수면으로 부글부글 치솟아 오르면서 직경 200~1000m에 이르는 난류(暖流)가 발생했다. 덴마크 해군과 스웨덴 해안 경비대는 선박 보호 등을 위해 경비함을 파견했다. 현재 이 수역에는 누출 지점 주변 5해리(9.3㎞)에 접근 금지 구역이 설정됐다. 상공을 지나는 항공기에도 “최소 3300피트(약 1000m) 이상 고도를 유지하라”는 권고가 나갔다.
사고 당시 가스관 내부에는 1억7700만㎥의 가스가 들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운영사는 이 가스가 며칠 내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통상 가스관 내부 압력은 대기압의 약 105배(105bar)에 달하지만 독일 쪽 압력은 7bar로 떨어졌다고 한다. 이들 가스관은 수심 80~110m를 지나고 있어 통상 9~12bar의 압력을 받는다.
노르트스트림1과 2의 가스관은 길이가 1200㎞에 달하고, 각각 2개의 수송관을 갖고 있다. 수송관 하나가 연간 275억㎥의 천연가스를 나를 수 있다. 한 개 수송관에 문제가 생겨도 계속 가스를 보내기 위해서다. 이들 가스관은 이미 가동 중단 상태였다. 지난 2011년 개통한 노르트스트림1은 지난 2일부터 러시아가 기술적 문제를 들어 가스 공급을 끊었다. 지난해 9월 완공한 노르트스트림2는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 논란으로 개통 자체가 미뤄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제재로 가동이 아예 좌초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가스 누출이 의도적 공격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가스관은 두꺼운 강철관에 고강도 콘크리트를 둘러싸 웬만한 충격을 모두 견딜 수 있게 설계돼 있다. 스웨덴 국영방송 SVT는 “지진학자들이 26일 오전 2시 3분, 오후 7시 4분 등 두 번에 걸쳐 각각 규모 2.3과 2.1의 강력한 수중 폭발을 감지했다”며 폭발물에 의한 외부 공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독일 일간 타게스슈피겔은 “잠수함 혹은 수중폭파요원(UDT)에 의한 공격 가능성을 놓고 관련 기관들이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서방은 러시아의 소행이 확실하다는 입장이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와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는 공동 회견에서 “다분히 의도적 행위로, 사보타주(파괴공작)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도 “러시아가 개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유럽의 에너지 기간시설을 고의로 훼손한 행위”라고 했고,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러시아의 테러 공격이자 EU에 대한 침략 행위”라고 비난했다.